- 프랑스로 유학 가기 전 어떤 공부를 하셨나요?
한국에서 의과대학을 졸업하며 의사 면허를 취득한 후, 모교 병원에서 안과 전공의 및 전임의로 근무하였습니다. 전공의로 근무하며 의학석사 학위까지 취득한 상황이었습니다.
- 프랑스에서 어떤 분야의 학업을 이수하셨나요? 프랑스만이 갖고 있는 교육적 특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다른 나라에 비해 어떤 장점 (인턴십 등)이 있는지요?
제가 이수한 분야는 의학입니다. 의사 면허의 특성 상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자국의 면허가 있어야 환자 진료를 볼 수 있고, 이는 한국의 의사들이 해외연수로 가장 많이 선택하는 미국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따라서 대부분 자비로 연수를 가는데도, 환자 진료를 볼 수가 없어 임상에서의 경험을 쌓지 못하고 연구실 등에서 실험하는 방식의 연수를 많이 받고는 합니다.
그에 비하여 프랑스는 의학 제도 상 의학교육의 제3기 과정(DFMS/DFMSA: 우리나라 의학 제도에 비유하면 의과대학 졸업 이후 전공의 과정)에 들어갈 수 있는 시험을 비(非) 유럽연합 외국의 학생들에게 개방하고 있었습니다. 외국인 의사로서 임상에서 실제 진료를 보며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것이 프랑스 의학 제도가 갖는 가장 큰 장점입니다. 또한 해당 교육과정에 들어가면 해당 대학병원이 지급하는 급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 또한 연수 기간 동안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장점입니다. 저는 안과 전공 DFMSA 과정에 입학하여 Université Paris 6 (Pierre et Marie Curie) 소속으로 파리병원협회를 통하여 CHU Bicêtre에서 1년간(2011.5~2012.4) 연수를 받았습니다.
- 프랑스 유학을 선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한국에서 이미 의사면허 및 안과 전문의 자격증까지 취득한 상황에서 좀 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역량을 키우고 싶던 차였습니다. 위에 말씀드린 장점 – 실제로 환자 진료를 할 수 있고 급료가 나오는 연수 과정 – 을 바탕으로 프랑스에서의 연수를 알아보자 했고, 그 당시는 아무런 정보가 없어 난감하던 차에 캠퍼스 프랑스의 도움으로 DFMSA 과정에 지원 서류를 내고,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시험에 응시 했었습니다. 1차 시험 통과 후, 2차에서 Paris의 대학병원에 최종 매칭되어 소중한 연수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가 프랑스에서 유학하실 때 2년을 프랑스에서 학교를 다니며 불어를 한번 배웠던 경험이 있었기에, 당연하지만 그 경험이 선택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임상에서 실제 환자 진료를 봐야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프랑스어 능력(당시 기준으로 DELF B2 이상)이 필요한 과정이었고 선발 목적으로 치뤄지는 의학 시험도 불어로 진행되는 과정이었습니다. 따라서, 그 당시에는 어릴 때 배운 불어를 많이 잊어버렸고 의학용어들도 불어로 다시 공부를 해야 하기는 했지만, 원래 불어를 할 수 있었다는 점이 선택의 큰 이유가 되었습니다.
- 한국학생들에게 프랑스 유학을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만약 그렇다면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당연히 적극 추천합니다. 흔하게 알려진 문화, 문학, 관광 등의 분야 외에도 프랑스는 소위 이과 분야에서도 매우 앞서 있는 나라입니다. 특히 의학 분야를 중심으로 추천한다면, 새로운 치료 기술이나 재료들이 적극적으로 개발이 되고 있고, 제도적으로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필요한 치료를 적극 적용할 수 있는 뒷받침이 되어 있습니다. 또한 인종이 다양하여 한국에서는 교과서로만 배우고 실제 임상에서는 접하지 못했던 질환들도 볼 수 있었던 귀중한 경험을 하였습니다.
특정 분야를 떠나서도, 생활 측면에서 현지 학생들과 차별 두지 않는 여러 제도들이 다른 나라 유학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 프랑스 유학을 계획하는 한국 학생들에게 유학 생활을 잘 적응하기 위해 특별히 해주실 조언이 있으시면 무엇인가요?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프랑스는 나라 곳곳에 특색 있고 아름다운 곳들이 많고, 유럽의 중심에 있어 주변 어느 나라든 쉽게 가볼 수 있습니다. 학업과 연구도 중요하지만, 프랑스에 체류하는 동안 주변을 자주 여행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비록 지금과 같은 코로나19 판데믹 시대에는 제약이 많겠지만, 다시 기회가 된다는 전제 하에서요.
저는 프랑스에서 1년 연수를 받는 동안 프랑스 국내 여러 곳, 그리고 주변 국가들을 짬짬이 여행을 다녔는데, 연말에 부르고뉴 지방의 Beaune이라는 도시를 여행한 적이 있습니다. Beaune은 중세시대에 세워진 호스피스 병원이라는 유명한 건축물이 있어 의사로서의 호기심으로 여행을 하게 되었는데, 와인과 머스타드가 특산물로 유명한 곳입니다. 가족이 운영하는 방식의 머스타드 공장(Moutarderie)을 한 곳 방문하게 되었는데, 가이드 투어 중에 옆에서 한 방송사가 그 곳을 취재를 하더라구요. 나중에 알고 보니 France 2 채널의 경제 관련 뉴스 취재였는데, 기사 자료 화면에 머스타드를 시식하는 제 모습이 선명히 찍힌 것이 나오는 바람에 연수 받던 병원의 몇몇 동료들이 뉴스를 시청하다가 저를 알아보고 깜짝 놀랐었던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 가장 좋아하는 프랑스 도시는 어디인가요?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실 하나만 꼽을 수가 없습니다. 제가 연수를 받았던 수도 Paris의 매력이야 널리 알려져 있지만, 지방마다 얼마나 특색 있고 매력적인 도시들이 많은지요. 그럼에도 한 곳을 굳이 꼽자면, 노르망디 지방의 Honfleur라고 하겠습니다. 인상파 화가들의 사랑을 널리 받은 아름다운 항구 도시로 저는 어릴 적 le Havre에 살던 기간에도, 그리고 Paris 연수 기간에도 자주 놀러갔던 곳입니다. 옛 항구와 그 주변 뒷골목을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그런 곳이라 가장 좋아합니다.
- 가장 좋아하는 프랑스 요리는 무엇인가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것도 한 가지만 꼽기는 너무나 어렵습니다. 요리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pain au chocolat를 가장 좋아합니다. 다른 맛있는 요리들이 참 많지만, 한국에서든 해외에서든 눈에 보이면 거의 자동적으로 집어들게 되는 건 역시 pain au chocolat인 것 같아요.
- 가장 좋아하는 프랑스 단어는 무엇인가요? 이유는 무엇인가요?
뜬금없지만 « Champignon »이라는 단어를 좋아합니다. 처음 불어를 배울 때 이 단어의 발음이 ‘참 귀여운 발음이다’라고 생각했고, 그 기억이 지금까지도 남아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