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숙경 예술감독(영국 테이트모던 국제 미술 수석 큐레이터이며 현대 테이트 리서치 센터: 트랜스내셔널의 수장)이 기획하는 제14회 광주비엔날레는 전환과 회복의 가능성을 가진 물을 은유이자 원동력, 방법으로 삼고 이를 통해 지구를 저항, 공존, 연대와 돌봄의 장소로 상상해 보고자 한다.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는 오랜 시간에 걸쳐 스며드는 부드러움으로 변화를 가져오는 물의 힘을 표본으로 삼아, 이런 힘이 어떻게 분열과 차이를 포용하는지 모색해 본다. “세상에서는 물이 가장 유약하지만, 공력이 아무리 굳세고 강한 것이라도 그것을 이겨내지 못한다”(도덕경 78장)는 의미의 ‘유약어수’에서 차용하여, 이번 비엔날레는 이질성과 모순을 수용하는 물의 속성에 주목함으로써 개인과 집단에 깊이 침투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직면한 복잡한 현실에 나름의 방향성과 대안을 제시하는 예술의 가치를 탐구한다.
올해 광주비엔날레 본전시에는 Institut français와 주한 프랑스대사관의 후원으로 네 명의 프랑스 작가들이 참여한다.
타렉 아투이 (Tarek ATOUI)
1980년 레바논 출생으로 파리에서 거주하며 활동하는 사운드 아티스트이다. 음향이나 소리가 청각적 효과를 만들어 내는 과정을 살피는데 그치지 않고 이러한 현상이 귀를 비롯한 여러 감각 기관을 통해 어떻게 인지가 되는지, 사람 간의 상호작용을 어떤 식으로 촉진하는지, 그리고 이는 사회적,역사적, 공간적 변수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탐구한다.
2019년 광주를 방문한 이래 전통 악기, 옹기, 청자, 한지 등 한국의 전통적 미학과 공존하는 새로운 작업을 고안하였다. 한국의 악기장(樂器匠), 예술가, 공예가 여럿과 함께 협업을 이어오며, 한국의 음악 전통과 그 속에 담긴 철학에서 영감을 받은 악기와 사운드 오브제 설치를 선보인다.
흐엉 도딘(Huong DODINH)
1945년 베트남에서 태어나 파리에 거주하며 활동하는 흐엉 도딘은 파리국립고등미술학교에서 수학했다.
칸 국제 회화 대상(1981), 프랑스 은십자 공로상(1996) 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으며, 2021년에는 국립기메아시아박물관에서 개인전을 가진바 있다.
라티파 에샤크(Latifa ECHAKHCH)
1974년 모로코에서 태어나 2012년부터 스위스에서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다. 3살 때 프랑스로 이주하여 세르지 퐁투아즈 국립미술학교와 리옹의 국립미술학교를 졸업했다. 2011년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에 참여했고, 2013년에 마르셀 뒤샹상 2015년에는 취리히 미술상을 수상했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설치 작품을 통해 강인함과 연약함 사이의 균형을 다루고, 시각적인 언어로 초현실적이고 개념적인 요소를 보여주며, “정치와 시”를 결합하는 상징을 보여주는 작업을 한다. 제59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스위스관 작가로 참여했다.
김순기
1946년 부여에서 태어나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을 수료했다. 대학시절부터 회화의 해체에 관심을 두던 중, 1971년 니스에 위치한 국제예술교류센터(Centre Artistique de Rencontre International)의 초청작가로 선발되어 프랑스로 건너갔다. 1974년 마르세유 고등미술학교에 임용된 후 프랑스에 머물면서 작품 활동을 펼쳐 왔다. 1968혁명 이후의 자유롭고 지적인 토론이 활성화되었던 남프랑스에서 쉬포르 쉬르파스(Supports/ Surfaces) 그룹 등 실험적 예술가 그룹과 교류하면서 활동했다. 특히 <조형상황>(1971-75) 연작 등 공공장소에서의 대규모 퍼포먼스와 비디오 등 일찍부터 철학, 예술, 테크놀로지 가 어우러진 작품을 발표해왔다. 국내에는 1975년 서울 미국문화원에서 열린 <김순기 미술제>, 명동예술 극장에서 열린 공간 발간 100호 기념 페스티벌을 통해 실험적인 퍼포먼스와 개념미술을 소개하면서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2016), 아트선재센터(2014), Slought Foundation(2013), 니스현대미술관(1991),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2019)에서 개인전이 열렸고, 서울 아라리오갤러리에서 전시가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