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로 유학 가기 전 어떤 공부를 하셨나요?
학사/석사과정에서 물리학을 전공했습니다.
- 프랑스에서 어떤 분야의 학업을 이수하셨나요? 프랑스만이 갖고 있는 교육적 특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다른 나라에 비해 어떤 장점 (인턴십 등)이 있는지요?
환경지구과학(Géoscience de l’environnement)분야에서 Université Paris-Diderot (파리7대학)의 DEA학위 취득 후, 좀더 세분화된 환경지구화학 (Géochimie de l’environnement) 분야에서 Université Pierre-et-Marie-Curie (파리 6대학, 현 Sorbonne Université)가 수여하는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프랑스 대학들은 거의 모두 국립대학이며 국립 연구 기관들과 연계되어 있어서, 이공계 상급 학위 과정의 경우 여러 대학과 연구소가 공동으로 하나의 학과 과정을 개설하거나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이 특징적으로 보였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수료한 DEA과정은, géoscience de l’environnement 분야가 지구물리학(géophysique), 지화학(géochimie), 생화학(biochimie), 지질학(géologie), 해양학(océanographie) 등을 결합하여 복합적으로 지구환경과 관련된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학문이므로, 각 분야별로 특화된 전국의 10여개 대학에서 공동으로 개설되었고, 이론수업은 각각의 대학에 등록된 학생들이 한 캠퍼스에 모여 공동으로 수강한 후 (강의는 각 대학 교수님들이 과목별로 번갈아 오셔서 진행), 논문을 위한 실험 프로젝트는 각자의 소속 대학에서 수행하고, 추후 박사학위까지 취득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따라서 불필요한 중복을 피하고 각 대학마다 특정한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서로 긴밀한 교류가 가능한 효율적인 시스템이라 생각되었습니다. 밀레니엄 시대에 들어서 부각되기 시작한 융합과학의 개념이 프랑스에서는 이미 도입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겠지요.
- 프랑스 유학을 선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당시 이공계 유학은 미국에 편중되어 있었기에 이를 탈피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기는 했지만, 실은 책과 여행으로만 경험해 본 파리라는 도시를 실제로 한 번 살아보고 싶다는 동기가 제일 강했고 불어를 잘하고 싶은 욕구가 두 번째였습니다.
- 한국학생들에게 프랑스 유학을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만약 그렇다면 이유는 무엇일까요?
강추입니다. 유학은 공부하고 학위 취득하는 과정뿐 아니라 현지에서의 사회생활과 문화 교류 등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며, 그런 관점에서 프랑스는 역사/문화 유산이 풍부하며 다양한 세계가 공존하는 등의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봅니다.
- 프랑스 유학을 계획하는 한국 학생들에게 유학 생활을 잘 적응하기 위해 특별히 해주실 조언이 있으시면 무엇인가요?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아무래도 적응 속도는 언어 능력에 비례하겠지만 그래도 현재의 실력과 상관없이 자신감을 가지고 진솔하게 현지인과 교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특히 정착 초기에 갈 일이 많을 관공서나 은행 등에서, 불어 못하는 외국인은 무시당한다는 편견을 버리고 당당하지만 부드럽게 눈을 맞추며 먼저 « Bonjour~ » 하며 인사부터 건네면 대부분은 친절하게 반응할 것입니다.
제가 처음 학교에 도착하여 교무처에 갔을 때, 준비해간 말을 잊어버릴까 봐 담당자의 Bonjour에는 고개만 어정쩡하게 끄덕하고서 숨도 안 쉬고 용무를 말했더니, 그 담당자는 지긋이 바라보며 다시 Bonjour라고 하더군요. 당황하여 얼음이 되었더니, « Si quelqu’un vous dit bonjour, vous lui dites bonjour. » 라며 한 수 가르쳐 주셨더랍니다. 그 순간에는 상당히 민망하고 살짝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이 후 두고두고 이것이 꽤 중요한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단 신원 미상의 행인에게는 절대 적용금지).
- 가장 좋아하는 프랑스 도시는 어디인가요? 이유는 무엇인가요?
Paris 입니다. Paris니까요, 😊
걸어서 산책 다니고 까페 테라스에서 광합성(?!) 하기 좋은 여유롭고 낭만적인 겉모습에 더하여, 도처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미술관/공연장 등의 문화 컨텐츠 등등… 앞서 말씀 드린 유학 추천 이유에 부응하는 중심지이기 때문일까요, 하여튼 매력 있습니다.
- 가장 좋아하는 프랑스 요리는 무엇인가요? 이유는 무엇인가요?
프랑스 요리는 워낙 다양하고 좋아하는 것도 많아서 대표적으로 하나를 꼽기는 너무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러나 디저트나 빵 종류는 좀 쉽네요. 한국으로 돌아온 후 단연코 제일 아쉬운 겉바속쫄(겉은 바삭 속은 쫄깃)한 바게뜨, 몹시 좋아하고요, 각종 타르트 (tarte)와 비에누아즈리 (viennoiserie), 특히 크로아상(croissant)과 트리엉글 오 자멍드(triangle aux amandes), 역시 좋아합니다. 이유는 뭐… 맛있으니까!
- 가장 좋아하는 프랑스 단어는 무엇인가요? 이유는 무엇인가요?
Voilà가 우선 떠오릅니다. 뭔가 긍정적인 느낌이 드는 만능 단어이기도 하고 한국말의 “봐라”와 발음과 용도가 어딘지 닮아 재미있기도 해서 좋습니다.
Fondant도 퐁당퐁당 느낌이어서 좋아해요. 물론 au chocolat가 따라붙으면 최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