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박지현의 이야기

채세린의 글

출판사

프랑스 : EDITIONS BUCHET-CHASTEL
한국 : 도서출판 슬로비

옮긴이 : 장상미

분야

에세이

정가

16 000원

발행일

 2021.7.2

책소개

이 책은 탈북 여성 박지현이 일생동안 겪어온 고통과 도전의 기록이자, 서로 다르면서 닮은 ‘두 한국 여성’의 우정의 궤적을 담은 결실이다. 저자 채세린은 남한의 외교관 가정에서 태어나 여러 나라를 옮겨 다니며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체득했다. 영국 거주 중 지현과 만난 세린은 자신과 너무 다르면서도 닮은 지현에게 특별한 우정을 느낀다. 시간이 흐른 뒤, 지현에게서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남기고 싶다는 제안을 받고 한국어로 나눈 대화를 갈무리해 프랑스어로 글을 썼다.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극단적 경험을 담담히 토해내는 지현의 목소리는 세린의 냉철하고 차분한 문장을 거치며 묵직한 감동을 전해준다.

책에는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약 50년에 걸친 긴 세월을 아우르며 그동안 외부 세계에 잘 알려지지 않은 북한 주민들의 생활과 북한의 체제와 철학을 푼 지현의 소회를 세밀하게 묘사한다. 또 본문 중 두 파트에 실린 세린과 지현의 대화는 각기 다른 체제하에 자란 두사람의 이념 형성 과정에 대한 사회적·역사적 맥락을 파악할 수 있게 돕는다.

지현의 유년 시절을 기록한 전반부는 체제에 대한 믿음과 미래를 향한 희망이 넘치던 북한 사회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해준다. 당시 북한은 남한보다 경제적으로 앞서 있었고, 소련과 중국 등 공산국가들도 건재한 상태였다. 지현이 할머니를 비롯한 주변의 여러 인물들과 교감하며 성장해나가는 모습, 지현의 가족이 크고 작은 성취를 이루어가는 모습은 소설을 읽듯 신선하고 흥미롭게 다가온다.

그런 한편, 지현 자매가 출신 성분의 한계에 부딪혀 좌절하고, 내부 체제 모순 뿐 아니라 공산권 몰락과 자연재해 등 외부 요인이 겹치면서 나라 전체가 굶주림과 부패에 빠져드는 상황부터 꽃제비·암시장·인신매매·사기·밀고·수용소·강제 노역 등으로 얼룩진 북한의 처참한 맨얼굴이 쉴 새 없이 이어지는 후반부에 이르면 담담히 지켜보기 힘들어진다.

이 처절한 모습이 현재 남한 사회가 지닌 북한에 대한 단편적인 관념과 부합하는 지점이다. 그러나 초반부터 섬세하게 다져온 지현과 가족의 다채로운 서사는 이 책이 자칫 잔인한 현실을 알리는 사회 고발서나 불행 서사로 치우치지 않도록 붙잡아 준다.

저자는 ‘한국인’으로서만이 아니라 ‘여성’으로서 두 사람이 공유하는 체험과 문제의식을 가만히 드러낸다. 그것은 평생에 걸쳐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고자 투쟁해온 지현의 인권 운동에 대한 소명으로 이어지고, 세린의 평화 운동으로 나아가고 있다.

“평화는 남북 정상회담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서로 만나는 친밀한 공간에서, 소소한 대화로, 함께 한 역사와 잃어버린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통해 이루어진다. 나는 박지현을 만나 대화하는 사이 평화롭게 통일을 이루었다”는 세린의 말이 곧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이다.

저자소개

채세린
1965 년 한국에서 외교관의 딸로 태어나 프랑스와 서부 아프리카에서 자랐다. 파리 소르본느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콜롬비아 비즈니스스쿨 MBA 과정을 마친 후 뉴욕 JP Morgan 에서 자산관리 전문가로 10 년간 일했다. 2004 년 영국으로 이주한 후, 우연히 국제엠네스티 캠페인에 출연하는 박지현을 인터뷰하게 되면서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함께 작업하면서 북한을 ‘또 다른 한국’으로, 북한 사람도 ‘그냥 사람’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작업의 결실로 이 책의 원서 『Deux Coréennes』(두 한국인, 2019)을 출간했다. 이후 스탠포드, TEDx 등 세계 유수의 대학과 기관에서 초청받아 평화에 관한 담론을 나누고 있다. 지금도 해마다 여름이면 한국에 와서 부모님과 시간을 보낸다.

박지현
1968 년 함경북도 청진에서 태어나 청진농업대학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수학 교사로 일했다. 1998 년 탈북 후 여러 차례 죽음의 고비를 넘긴 끝에 살아남아 자신과 아이를 지켜냈고, 2008 년 영국으로 망명 맨체스터 인근 마을에서 남편과 아이 셋과 함께 살고 있다. 영국 하원 청문회에 나가 최초로 북한 인권에 대해 증언하고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는 여성들을 돕는 인권운동가로 활약 중이다. 2021 Geneva Summit for Human Rights and Democracy 등 여러 행사 및 유럽 곳곳의 대학에 초대되어 북한 실상을 알렸다. 또 영국 내 탈북민을 위한 영어 프로그램을 만들고 주민센터를 열기도 했다. 2021 영국 지방선거에 출마했고 현재 살고 있는 지역에서 ‘school governor’로 활동한다.

[출처 : 도서출판 슬로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