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2023년 4월 6일~7월 30일
장소
Piknic
서울 중구 퇴계로 6가길 30(남창동 194)
자세한 정보
지인의 초대로 누군가의 사적인 공간을 방문하는 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은밀한 특권이자 호사 중 하나다. 그곳이 쉽게 가볼 수 없는 부유한 명망가나 뛰어난 예술가, 독보적인 취향을 가진 수집가의 것이라면 두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프랑스 출신의 프랑수아 알라르는 전세계 명사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을 사진으로 기록해온 작가다. 그가 촬영한 장소들은 디자이너 코코 샤넬의 화려한 아파트, 아티스트 루이스 부르주아의 남루한 작업실, 르네상스 거장 라파엘로의 천장화로 장식된 바티칸의 대회랑을 포함하며, 놀랍게도 그 사사로운 장소들을 통해 건축, 문학, 디자인, 미술, 패션 등 다방면에 걸쳐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문화 사조들을 관통하고 있다.
병약했던 소년 시절 많은 시간을 홀로 집안에서 보냈던 탓에, 알라르는 정적인 실내에서 오랫동안 사물을 관찰하고 대화하는 법을 스스로 터득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의 사진은 ‘공간’을 담고 있지만 이를 통해 결국 그곳에 관련된 ‘인물’을 향한다는 점에서 여타의 건축/ 인테리어 사진가와는 뚜렷이 차별화되는 주관성을 보인다. 테이블 위의 꽃병, 말라붙은 팔레트, 침대맡의 작은 액자를 통해, 관객은 그곳을 점유했던 (그러나 사진에 좀처럼 등장하지는 않는) 인물의 성향에 대해 조금 더 상상하고, 이해하고, 또 애착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이 전시의 타이틀 ‘비지트 프리베(Visite Privée)’는 불어로 ‘사적인 방문’, ‘은밀한 방문’을 뜻하는 말로, 그가 9년 전에 발표한 사진집의 제목이기도 하다. 피크닉의 새 전시 <프랑수아 알라르 사진전 : Visite Privée>는 그의 초창기 작업인 이브 생 로랑의 거실에서부터, 텍사스 말파(Marfa)라는 생소한 지명을 세계에 알린 도널드 저드의 기념관, 뮤지션 레니 크래비츠의 복잡한 정체 성이 드러나는 파리 아파트, 그리고 작가 자신에게 휴식이자 영감의 장소인 아를의 자택에 이르기까지, 200여점의 사진 작품을 통해 알라르가 주목한 비밀스러운 공간과 그 이면에 있는 인물의 이야기들을 폭넓게 다룬다. 그의 렌즈가 안내하는 길을 따라, 관객은 이 시대의 취향과 문화를 이끄는 주요 인사들의 가장 사적인 장소들로 초대된 느낌을 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