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로 유학 가기 전 어떤 공부를 하셨나요?
저는 대학에서 불어불문학을 주전공으로 공부하면서 프랑스어와 문화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향후 불어를 활용할 수 있는 프랑스 회사에 입사할 것을 결심하면서 경제와 조직 전반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경영학을 복수로 전공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모교의 해외 교환학생 파견 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되었고, 3학년 2학기부터 프랑스 브장송(Besançon)이라는 도시에 위치한 프랑슈 콩테 대학(Université de Franche-Comté)에서 1년간 수학했습니다.
- 프랑스에서 어떤 분야의 학업을 이수하셨나요? 프랑스만이 갖고 있는 교육적 특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다른 나라에 비해 어떤 장점 (인턴십 등)이 있는지요?
교환 파견된 학교에서 첫 학기에는 현대불문학 수업을 이수하였습니다. 한국의 경우, 수업은 주로 교수님이 준비해온 내용을 바탕으로 진행되지만, 프랑스의 경우는, 중간중간 학생들이 자유롭게 질문을 하고 교수님께도 스스럼없이 의견을 내며 진지하게 토론하는 분위기가 한국에서의 일반적인 수업 분위기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실제로 프랑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어린 친구들 조차도) 자신의 의견이 아주 뚜렷하고, 이를 분명하게 표현할 줄 알며, 일상에서도 토론을 즐긴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저는 이것이 프랑스 교육의 특색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두번째 학기에는 같은 대학 부설 어학원인 CLA(Centre de Linguistique Appliqué)에서 경제 프로그램을 이수하였습니다. 이곳에서는 매 수업마다 경제와 비즈니스에 대한 새로운 주제가 주어지고 이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여 발표하거나 토론 및 현장 인터뷰를 수행하는 등의 방식으로 강의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러한 참여형 커리큘럼 덕분에 직업 사회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용 프랑스어 실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클래스가 여러 국적의 외국인 학생(ERASMUS 프로그램 등)들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프랑스를 넘어 다양한 국가에 걸친 경제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폭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프랑스가 워낙 유학생, 이민자들이 많은 다문화 국가이다 보니 외국인 유학생들에게도 인턴십의 기회가 많이 열려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당시 저는 DALF 응시를 위해 집중하고 있었던 터라 인턴십에 지원하지는 않았지만, 함께 공부하던 외국인 친구들 중 몇몇은 학기 말에 관심있는 분야의 회사에서 인턴십이나 아르바이트를 하며 경험을 쌓았고 이것이 향후 커리어 개발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 프랑스 유학을 선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일단은 불어가 제 전공이기 때문에 어학 실력을 향상시키고 싶었던 것이 첫번째 이유였고, 프랑스 회사에 입사하겠다는 목표가 생긴 후로는 프랑스 문화와 생활 방식을 현지에서 직접 경험해보고 싶어져서 유학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 한국학생들에게 프랑스 유학을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만약 그렇다면 이유는 무엇일까요?
물론 적극 추천합니다. 실제로 저는 프랑스에서의 경영학 석사과정을 준비하고 있는데, 다시 한번 프랑스 유학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2번 문항에서도 잠깐 언급한 것과 같이) 외국인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인턴십 및 취업의 기회 때문입니다. 관련 학위를 소지하고 불어 실력과 업무 역량이 충분히 갖추어져 있다면 외국인이라 할 지라도 수많은 기회들이 열리기 때문에 프랑스 유학을 계획하시는 다른 후배님들도 학업과 커리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알찬 유학 생활을 하실 수 있길 바랍니다.
또한 생활 보조금(Allocation), 박물관 및 주요 관광 명소 학생 무료 (혹은 할인) 입장, 기차 요금 학생 할인권 등과 같이 외국인 유학생들에게도 자국민 학생들과 똑같이 적용되는 다양한 복지 혜택들이 있습니다. 이를 활용하여 유학 기간 중 생활비를 조금이나마 절감하면서도 문화 생활과 여행을 부담없이 누릴 수 있다는 현실적인 장점도 있답니다.
- 프랑스 유학을 계획하는 한국 학생들에게 유학 생활을 잘 적응하기 위해 특별히 해주실 조언이 있으시면 무엇인가요?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어쩌면 당연한 말일 수 있지만, 불어를 전공했건 그렇지 않건 간에 프랑스 유학을 결심하셨다면 미리 한국에서부터 프랑스어 회화를 열심히 공부하고 떠나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프랑스인들이 영어를 구사하기는 하지만, 외국인으로서 현지 언어를 서툴게나마 구사하며 다가갈 때 더 많은 사람들과의 소통의 기회가 생기고, 이를 통해 그 나라의 문화와 사고방식에 대해 훨씬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환학생을 위해 처음 프랑스로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저는 아기를 동반한 젊은 프랑스인 부부 옆자리에 앉게 되었습니다. 비행 시간 내내 울어대는 아기 때문에 미안해하는 부부에게 괜찮다며 불어로 말했더니 깜짝 놀라고 고마워하며 저에게 프랑스 곳곳의 숨은 여행지들을 추천 해주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를 재우는 걸 도와주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샤를 드골 공항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헤어질 때 부부는 아쉬워하며 언제 한 번 자신들이 사는 리옹(Lyon)에 꼭 놀러 오라며 저에게 연락처를 주었고, 실제로 그 해 가을 그들의 집에 방문해 몇일씩 묵으며 교외 드라이브도 하고 프랑스 전통 음식도 만들어 먹으며 함께 시간을 보냈던 것이 아직도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이렇게 우연히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다 친해져 서로의 도시를 방문하거나 함께 여행하고 지금까지도 연락하며 지내는 프랑스 친구들이 여럿 있는데, 이들 덕분에 낯설기만 했던 프랑스라는 나라에 더 큰 애정을 가지게 되었고 유학 생활 1년을 정말 다채롭고 행복한 추억들로 가득 채울 수 있었습니다.
- 가장 좋아하는 프랑스 도시는 어디인가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교환학생 시절, 유럽의 더 많은 국가를 여행하기를 포기하고 파리행 기차표를 샀을 만큼 Paris를 가장 좋아합니다. 그 이유는 넘치는 문화 생활 기회 때문이었습니다. 예술 · 문화의 수도라고 불리는 파리에서는 유명 박물관이나 극장뿐만 아니라 도시 곳곳에 있는 문화 공간, 심지어는 길거리에서도 정말 셀 수 없이 많은 전시회와 공연이 열립니다. 평소 관심있던 미술 및 패션 관련 전시회에 찾아가고, 재즈카페에서 라이브 공연을 감상하고, 가끔은 과거 파리에 살았던 예술가, 문학가, 디자이너들의 자취를 따라 산책하고 관련 서적과 영화를 찾아보는 것은 유학 생활의 가장 큰 기쁨 중 하나였습니다. 게다가 에어프랑스 기내통역원으로 근무하는 동안은 매주 파리에 갈 수 있는 큰 행운을 누릴 수 있었는데요. 체류 기간 중 동네 맛집과 카페, 공원을 찾아다니며 파리지앵들의 소소한 일상을 함께한 경험은 인생에서 가장 잊지 못할 순간들이었고, 매 비행 마다 느꼈던 그 도시의 새로운 매력 때문에 저는 살면서 꼭 한번 파리에서 살아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답니다.
- 가장 좋아하는 프랑스 요리는 무엇인가요? 이유는 무엇인가요?
좋아하는 프랑스 요리가 너무 많아 딱 하나만 고르기 어렵지만, 굳이 꼽자면 프랑스의 새해 디저트인 갈레트 데 루아(Galette des rois)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갈레트 데 루아는 왕의 과자라는 뜻을 갖고 있는데, 한국인들이 새해에 떡국을 먹듯 프랑스인들은 가족 혹은 친구들과 이 과자를 함께 나눠 먹으며 한 해의 행운을 기원합니다. 갈레트를 만들 때는 페브(Fève)라는 작은 인형을 넣어 굽는데 과자를 먹다가 이 인형을 찾은 사람이 그날의 왕(Roi)이 되고 일 년 내내 행운이 깃든다고 합니다. 참 신기하게도 저는 이 페브(Fève)를 올해를 포함해서 벌써 세 번이나 찾았는데요. 왕이 되었다고 해서 일 년 내내 행운만 가득 했던 건 아니지만, 좋아하는 사람들과 한 자리에 모여 갈레트를 나누어 먹고 새해에 대한 계획과 부푼 기대를 공유하며 함께 보낸 시간이 무척 행복했기 때문에 유독 이 요리가 마음에 남는 것 같습니다.
- 가장 좋아하는 프랑스 단어는 무엇인가요? 이유는 무엇인가요?
« Bonne journée »라는 단어(문장)를 가장 좋아합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저는 어렸을 때부터 서양인들은 차갑고 개인주의적일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6년 전 처음 브장송에 갔을 때 길에서 눈이 마주치는 사람마다 Bonjour하고 웃으며 인사하고, 친한 사이이던 그렇지 않던 헤어질 때마다 Bonne journée/ bonne soirée 라고 말하며 상대방이 멋진 하루를 보내기를 기원하는 프랑스인들의 인사 습관을 보고 정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별다른 의미없이 당연하게 건네는 인사말일 수 있지만, 1년 간의 유학생활 동안 이 다정한 인사말에 더해 따뜻한 환대 · 초대 문화, 친절함을 보여준 프랑스 친구들 덕분에 타 문화권 사람들에 대한 근거 없는 편견을 깰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이 단어가 이후 한국에서의 제 인사 습관에도 큰 변화를 가져다주었기 때문에 저는 거창하지는 않지만 « Bonne journée »라는 단어를 가장 좋아합니다.